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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자동화, AI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매출 마감

재무 자동화, AI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사람이 열흘 동안 엑셀로 끝낸 마감을, 기계가 같은 기준으로 다시 돌렸습니다. 과연 결과는 같았을까요? 검증과 마감을 왜 분리해야 하는지, 그리고 AI가 스스로 확정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2026.08.29

Sarah
SarahB2B Marketing Specialist
* 이 글은 1편 「정확도 99%의 AI, 왜 결산 작업에서는 부족할까요?」를 먼저 읽으면 검증 네 단계의 맥락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한눈에 보기

1편에서는 정산 데이터를 신뢰하기 위해 네 단계의 검증을 차례로 거쳐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면 검증을 마친 데이터를 실제 마감에 적용했을 때는 무엇이 달라질까요?
먼저 검증과 마감은 나눠볼 필요가 있습니다. 검증은 시점이 달라져도 같은 기준으로 데이터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인 반면, 마감은 특정 시점의 컷오프와 회사의 정책에 따라 어떤 데이터를 반영할지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두 기준을 섞으면 눈앞의 차이가 데이터 자체의 문제인지, 마감 기준에 따른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실제 마감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한 고객사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이 팀은 한 달에 수백만 건의 데이터를 대사했고, 한 마켓플레이스에서만 수십만 건이 발생했습니다. ERP·주문·정산 데이터를 모으고 차지백, 환불, 환율 차이 등을 확인한 뒤 CS팀의 답변이 필요한 건을 다시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한 달 마감에 열흘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올해 2월 마감은 이 과정을 자동화된 콘솔에서 처음부터 다시 실행해봤습니다. 사람이 처리한 결과와 비교하자 이월 처리에서 차이가 발견됐습니다. 금액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한 건의 원인을 확인하는 데 1~2시간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결국 문제는 오류의 크기보다 작은 차이 하나를 확인하기 위해 반복해야 하는 작업의 양에 있었습니다.
자동화가 먼저 줄이는 것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사람의 판단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하기 위해 데이터를 찾고 대조하고 다시 확인해야 했던 시간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해진 규칙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에서는 AI가 사람이 확인해야 할 지점을 먼저 좁혀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지막까지 사람의 몫으로 남는 일은 무엇일까요? 결국 중요한 것은 답을 만들어내는 능력보다 그 답을 최종적으로 승인하고 책임질 수 있는 주체가 존재하는가에 있습니다.

검증과 마감을 왜 분리해서 생각해야 할까요?

마감이 검증과 다른 이유를 하나 꼽는다면 시점의 영향을 크게 받는 작업이라는 점입니다.
마감은 보통 월초에 전월 데이터를 기준으로 진행합니다. 그런데 같은 주문이라도 언제 데이터를 확인하느냐에 따라 상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정상적으로 보이던 8월 주문에서 며칠 뒤 부분 환불이 발생할 수도 있고, 아직 배송이 완료되지 않은 주문이 다음 달에는 배송 완료 상태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데이터의 상태가 바뀌는 상황에서도 전월 마감의 결과가 달라지지 않도록 로직을 설계할 수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송 완료 시점을 기준으로 필터를 적용하면, 나중에 배송이 완료되더라도 전월 마감에는 영향을 주지 않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데이터를 이런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기초·기말 잔액을 추적하는 회사에서는 이 차이가 더 분명해집니다. 특정 시점의 잔액을 기준으로 마감 범위를 먼저 확정하고, 그 이후에 발생한 변동은 컷오프 이후의 데이터로 구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언제까지의 데이터를 이번 마감에 포함할 것인지, 그리고 그 시점 이후의 변동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마감의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이렇게 보면 검증과 마감이 같은 방식으로 데이터를 바라볼 수 없는 이유도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검증에서는 데이터 자체에 문제가 없는지를 일관된 기준으로 확인해야 하지만, 마감에서는 특정 시점과 회사의 정책을 기준으로 실제 결과를 확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차이를 시스템에 반영한 것이 Validation Mode(검증 모드) 와 Closing Mode(마감 모드) 입니다.
Validation Mode는 시간이나 상태가 바뀌더라도 데이터 자체를 같은 기준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해당 월의 데이터는 해당 월의 데이터끼리만 짝을 맞춰 보여주고, 시간이 지나 상태값이 바뀌더라도 사람이 직접 검수할 때 적용하는 기준에 따라 무엇이 맞고 틀린지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Closing Mode에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실제 마감에 적용하는 업무 절차와 회사 내부 정책까지 함께 반영해, 사람이 직접 마감했을 때와 같은 기준으로 결과를 만들어야 합니다. 같은 데이터를 놓고도 컷오프를 어디에 두느냐, 어떤 정책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두 모드를 하나로 합친다면 어떻게 될까요. 마감에 필요한 시점과 정책이 검증 과정까지 들어오면서, 나중에 발견된 차이가 데이터 자체의 문제인지 아니면 마감 기준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검증은 언제 확인해도 같은 기준으로, 마감은 정해진 시점과 정책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만큼, 두 과정도 분리되어 있어야 각각의 결과를 신뢰할 수 있습니다.

자동화 이전에는 무엇이 병목이었을까요?

앞서 소개한 팀의 한 달 마감에는 열흘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데이터의 양이었습니다. 한 달에 대사해야 하는 건수가 수백만 건에 달했고, 그중 한 마켓플레이스 채널에서만 수십만 건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많다는 것만으로 그만큼의 시간이 걸린 것은 아닙니다. ERP·주문·정산 데이터를 마감에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한곳에 모으는 과정부터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전사 ERP 자체가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어려운 구조였기 때문에, 데이터를 적재하는 데만 서른 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데이터를 모으고 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됩니다.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건을 차지백(chargeback), 부분 환불, 전체 환불, 환율 차이 등 유형별로 나눠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유관 부서에 다시 확인을 요청합니다. 특히 CS팀의 확인이 필요한 클레임 건에서는 한 번의 검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CS팀의 답변을 반영해 ERP 데이터를 수정하고, 수정된 데이터를 기준으로 2차 대사와 3차 대사를 다시 진행해야 합니다. 데이터를 준비하는 데 한 번, 차이를 확인하는 데 또 한 번, 수정한 뒤 다시 검증하는 데 또 한 번의 시간이 필요한 구조였습니다.
그렇다고 열흘이라는 기간이 이 팀만의 예외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Ledge가 2025년 재무 실무자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월 마감에 5영업일을 초과하는 조직이 절반이었고 7영업일을 넘는 곳도 27%였습니다(Ledge, 2025). 여러 채널과 통화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조직이라면 마감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구조입니다.
콘솔을 도입하면서 가장 먼저 바뀐 것도 이 앞단의 반복 작업이었습니다. ERP 데이터를 미리 별도 DB에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바로 불러올 수 있도록 하자, 서른 시간 가까이 걸리던 데이터 적재 작업이 두 시간 남짓으로 줄었습니다. 차이가 발생한 건도 여러 엑셀 파일을 오가며 찾을 필요 없이 한 화면에서 확인하고, 건별 이력까지 바로 따라갈 수 있게 됐습니다.
즉, 자동화가 처음 줄여준 것은 사람의 판단이 아니었습니다. 판단하기 위해 데이터를 모으고, 대조하고, 다시 확인하는 데 필요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구간별로 나눠 보면 변화가 더 분명하게 보입니다.
마감 구간자동화 이전콘솔 도입 이후
ERP·주문·정산 데이터 적재30시간 가까이2시간 남짓
월 대사 건수수백만 건 (한 채널에서만 수십만 건)동일
차이 건 확인 방식엑셀 파일 여러 개를 XLOOKUP·SUMIF로 대조한 화면에서 건별 이력 추적
이월 오류 1건 확인 부담건당 1~2시간까지 소요 가능재실행 시 자동 검출
월 마감 총 소요열흘 안팎반복 구간만 단축, 판단 구간은 잔존
표에서 하나의 패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줄어든 것은 사람의 판단이 아닙니다. 판단에 도달하기까지 기다려야 했던 시간입니다.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다시 돌려본 마감에서는 무엇이 드러났을까요?

다시 돌려본 마감에서 차이가 나타난 곳은 전월에서 이월된 건이었습니다.
마감은 전월에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바탕으로, 다음 달에 이월된 데이터를 이어받아 진행합니다. 그런데 미리 정리해둔 마감 로직을 적용해 올해 2월 마감을 처음부터 다시 실행해보니, 이월하면 안 되는 건이 다음 달로 넘어와 있거나 반대로 이월돼야 할 건이 그대로 남아 있는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이 팀의 전체 발생 건수와 비교하면 오류는 극히 적은 편이었습니다. 이미 높은 정확도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업무 프로세스도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같은 마감을 다시 실행했을 때 차이가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람이 건건이 확인하는 과정과, 미리 정의된 기준을 시스템이 처음부터 끝까지 적용하는 과정 사이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마감할 때는 수많은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작은 차이를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자동화된 시스템은 미리 정해둔 기준을 모든 데이터에 동일하게 적용합니다. 사람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넘어갈 수 있는 작은 차이까지 같은 기준으로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것이죠.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마감을 다시 실행한 것은 AI가 아닙니다. 사람이 미리 정의한 마감 로직을 자동화된 시스템이 그대로 실행한 것에 가깝습니다.
즉,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AI가 사람보다 마감을 잘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람이 하던 마감 과정을 정해진 기준에 따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실행해보면, 사람이 실제 업무에서 놓쳤던 작은 차이까지 발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왜 그 차이를 놓쳤을까요?

이유는 마감의 상당 부분이 여러 엑셀 파일을 오가며 데이터를 직접 대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XLOOKUP, VLOOKUP, SUMIF, SUBTOTAL 같은 함수를 조합해 파일마다 데이터를 맞춰보고, 필요한 값을 다시 복사해 붙여넣는 작업이 반복됩니다. 오류를 줄이기 위해 검증 수식을 여러 겹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사람이 직접 데이터를 옮기고 확인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면 누락이나 오입력의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차이가 재무제표를 크게 왜곡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더 자주 발생하는 문제는 작은 차이 하나를 확인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든다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건 이월되면 안 되는 건데, 왜 넘어와 있지?”
이 질문에 답하려면 해당 건의 데이터를 다시 찾아보고, 관련 거래를 대조하고, 이전 마감에서 어떻게 처리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금액이 크지 않은 건이라도 이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한 건을 확인하는 데 1~2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동안 다른 마감 업무는 뒤로 밀리고, 담당자는 하나의 작은 차이에 계속 집중해야 합니다.
결국 문제는 오류의 크기보다 오류 하나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의 크기에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자동화가 줄여주는 것은 단순히 오류의 개수가 아닙니다. 사람이 오류를 찾아내기 위해 데이터를 모으고, 대조하고, 원인을 추적하는 데 들여야 했던 시간을 줄여주는 것입니다. 작은 차이를 시스템이 먼저 찾아낼 수 있다면, 사람은 모든 데이터를 처음부터 다시 확인하는 대신 실제로 판단이 필요한 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AI는 지금 무엇을 제안할 수 있을까요?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정해진 기준으로 반복되는 업무는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리 정해둔 기준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건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AI가 지금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 중 하나가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답을 대신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데이터 가운데 사람이 확인해야 할 지점을 먼저 좁혀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으로 제안할 수 있습니다.
“정산서에는 환불 내역이 없는데 ERP의 금액이 줄어든 것은, CS를 통해 별도로 처리된 환불 때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당 주문의 CS 처리 내역과 지급 기록을 확인해보세요.”
실제로 재무 조직에서 AI를 활용하는 사례를 보면 오류·이상 탐지가 34%로 상위권에 해당합니다(Gartner, 2025). AI가 정답을 대신 확정하기보다는, 사람이 어디를 먼저 살펴봐야 하는지를 찾아주는 역할에 가까운 셈입니다.
재무 업무에서 예외 처리가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업무 자체는 사람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수행하지만, 그 절차에서 벗어나는 상황까지 모두 미리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고객의 요청이나 내부 의사결정처럼 시스템에 정형화된 데이터로 남지 않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패턴이 영원히 무한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AI가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다양한 상황을 인식할수록 지금은 예외로 남아 있는 건도 점차 설명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현재는 하나의 통일된 기준만으로 모든 케이스를 분류하기 어려운 단계이고, 여전히 규칙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건이 남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강하게 환불을 요구해 별도의 지출결의를 올리고 지급한 건이나, 소비자원에 접수된 클레임을 별도로 처리한 건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데이터에서 단 하나의 조건만 달라져도 기존 규칙으로는 바로 분류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고, 결국 사람의 확인이 필요해집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를 보겠습니다.전액 환불처럼 처리 기준이 명확한 건은 간단한 엑셀 수식만으로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정산서에 나타나지 않는 거래입니다.
가령 고객이 별도로 클레임을 제기해 CS팀을 통해 환불을 받았다고 해보겠습니다. 해당 내용은 재무팀이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외부 데이터에 남아 있고, 예치금 결제 방식으로 일정 금액을 환불한 데다 피해 보상금 명목으로 상품 가액의 10%를 추가로 지급했다면 어떨까요?
이 경우에는 원인을 찾기 전에 관련 데이터부터 모아야 합니다. 어떤 주문인지 확인하고, CS 기록을 찾고, 실제 지급 내역까지 맞춰봐야 비로소 하나의 맥락이 만들어집니다. 엑셀 함수만으로 처리하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확인해야 할지 막막해지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필요한 데이터가 이미 연결되어 있다면 AI는 여러 정보를 한꺼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일일이 데이터를 따라가기 전에 이렇게 제안할 수 있습니다.
“혹시 이 차이가 해당 CS 건에서 발생한 것 아닐까요?”
사람이 한 건씩 데이터를 따라가며 원인을 추적하던 과정의 일부를 AI가 먼저 수행하는 셈입니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모든 데이터를 처음부터 뒤지는 것이 아니라, AI가 제안한 원인이 실제로 맞는지 확인하는 쪽으로 좁혀집니다. 이렇게 AI가 찾아낼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면 지금까지 ‘예외’로 남아 있던 건도 조금씩 줄어들 수 있습니다. 예외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직접 들여다봐야 하는 영역을 점점 좁혀가는 것. 현재 재무 업무에서 AI가 맡을 수 있는 역할은 여기에 가깝습니다.

AI가 할 수 없는 일은 무엇일까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AI는 사람이 확인해야 할 지점을 좁혀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AI가 찾아낸 결과를 그대로 마감에 반영해도 될까요? 여기서 필요한 것이 accountability, 즉 최종 결과에 대한 책임입니다. 재무 업무에서는 어떤 처리를 누가 했는지뿐 아니라, 어떤 근거로 그 결정을 내렸는지, 그리고 그 결과에 누가 책임을 지는지까지 남아 있어야 합니다. AI가 특정 거래를 예외로 분류하거나 어떤 처리를 제안할 수는 있어도, 그 결과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고 책임지는 주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잘못된 처리를 찾아내는 것과는 다릅니다. 어떤 처리가 잘못됐다면 조직은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업무 절차 전체를 다시 따라가야 합니다. 교육이 필요하다면 교육을 보완하고, 업무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면 프로세스를 바꾸고, 부서 간 협업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 과정까지 손봐야 합니다. 결국 “이건 왜 이렇게 처리했나요?”라는 질문에 다음 질문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하는데, “AI가 그렇게 판단했습니다”라는 답만으로는 그 과정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했는지, 왜 다른 가능성은 제외했는지, 그 판단을 최종적으로 승인한 사람은 누구인지까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AI를 재무 업무에 적용할 때 중요한 것은 AI가 얼마나 많은 답을 만들어내느냐만이 아닙니다. 그 답을 조직이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검토하고 승인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감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사인이 결과를 납득하려면 어떤 데이터와 기준으로 처리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그 결과를 누가 승인했는지도 분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단계는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습니다. AI가 제안한 결과를 검토하고 필요한 근거를 확인한 뒤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일입니다.
이 역할 자체가 새롭게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원래도 사람이 하던 일이었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승인에 도달하기까지 사람이 직접 데이터를 찾고, 대조하고, 예외를 추적하며 들여야 했던 시간이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AI가 판단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그 앞단의 일을 덜어주는 것.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자동화와 AI의 역할도 결국 여기에 가깝습니다.

최종 승인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앞으로 재무 업무에서 사람의 역할은 직접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에서, AI가 제안한 결과를 검수하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쪽으로 점점 이동할 것입니다. 다만 AI 모델이 좋아진다고 해서 이런 변화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AI가 실제 업무에서 역할을 하려면 먼저 검증된 데이터를 충분히 제공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데이터가 놓인 비즈니스 맥락까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두 번째가 어렵습니다. 단순히 회사의 데이터를 AI에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회사 내부의 정책과 업무 프로세스, 담당자들이 실제로 일하는 방식부터 회사가 보유한 데이터와 운영 중인 커머스의 데이터까지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같은 ‘환불’이라는 데이터라도 어떤 회사에서는 매출 취소로 처리하고, 다른 회사에서는 별도의 보상금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처럼, 데이터의 의미는 그 회사의 업무 맥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AI가 점점 더 정확한 제안을 내놓으려면 데이터를 많이 연결하는 것뿐 아니라, 그 데이터가 회사의 업무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까지 구조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구조를 각 회사의 업무에 맞게 일관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전문성도 함께 필요합니다.
포트원은 이 구조를 만들기 위해 마켓플레이스 정산 데이터를 검증 단계별로 나눠 확인하고, Validation Mode와 Closing Mode를 분리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재무팀이 최종 승인을 내리기 전에 반복적으로 데이터를 모으고 대조하고 확인해야 했던 과정을 줄이고, 사람이 정말 판단해야 하는 영역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AI 에이전트가 재무 데이터 위에서 자주 흔들리는 이유와, 이를 안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어떤 데이터 구조가 필요한지 궁금하다면, 온톨로지 런타임을 다룬 아티클도 함께 읽어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검증 모드와 마감 모드를 하나로 합쳐서 운영하면 안 되나요?

권하지 않습니다. 마감은 컷오프 시점과 회사의 정책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반면, 검증은 시점이 달라져도 같은 기준으로 데이터의 정합성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두 로직을 하나로 합치면 나중에 차이가 발견됐을 때 그 원인이 데이터 자체에 있는지, 마감 시점이나 회사 정책에 따른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집니다. 검증은 시점에 영향을 받지 않는 기준으로, 마감은 정해진 시점과 정책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분리하는 편이 각각의 결과를 신뢰하기 좋습니다.

Q2. 주문은 이번 달, 정산은 다음 달인 건은 어떻게 관리하나요?

먼저 무엇을 하나의 기준으로 볼 것인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주문을 기준으로 해당 주문과 연결된 모든 정산 건을 포함할 것인지, 아니면 해당 월에 실제로 발생한 정산 건만 포함할 것인지 정의해야 합니다. 기준을 정한 뒤에는 조인된 데이터가 그 기준에 맞게 들어왔는지 확인하고, 반대 방향에서도 검증해야 합니다. 즉, 정산 데이터에서 누락된 주문이 없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Q3. 마감 자동화로 실제 얼마나 시간이 줄어드나요?

업무 구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앞서 소개한 브랜드의 경우 ERP·주문·정산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는 데 서른 시간 가까이 걸렸지만, 데이터를 미리 적재해두는 구조로 바꾸면서 두 시간 남짓으로 줄었습니다. 반면 유관 부서의 확인이 필요한 클레임처럼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구간은 여전히 남습니다. 그래서 자동화 효과를 전체 마감 기간이 몇 일 줄었는지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반복 작업이 집중된 구간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줄였는지로 보는 편이 실제 업무 변화를 더 잘 보여줍니다.

Q4. AI가 처리한 결과를 감사인이 인정하나요?

AI를 사용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결과가 어떤 절차와 근거를 통해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누가 책임지고 확정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어떤 기준으로 계산했는지, 예외 건은 어떤 근거로 처리했는지, 최종적으로 누가 검토하고 승인했는지를 추적할 수 있어야 합니다. “AI가 그렇게 판단했습니다”라는 설명만으로는 그다음 질문에 답하기 어렵기 때문에, AI가 제안한 결과와 함께 사람의 검토 및 최종 확정 기록까지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구체적인 증빙 요건은 회사의 감사인과 확인하는 것을 권합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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