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책임까지 넘길 수는 없습니다
AI가 결산을 대신한다고 해서 그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AI에게 넘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도 주판과 엑셀, ERP가 계산과 데이터 처리를 대신해 왔지만, 그 결과가 맞는지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보고하는 일은 늘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AI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기존의 회계 시스템이 사람이 정해둔 규칙을 그대로 실행했다면, AI는 주어진 데이터와 맥락을 바탕으로 스스로 답을 만들어낸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AI가 내놓은 결론을 받아들일 때는 결과만 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근거로 그 결론을 냈는지, 어떤 규칙과 정책을 적용했는지, 어디까지 AI에게 맡기고 사람이 확인해야 하는지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AI 결산에서 정말 중요한 질문은 ‘AI를 쓸 것인가’가 아닐 겁니다. 어떤 일까지는 AI가 처리해도 되고, 어디서부터는 사람이 직접 판단해야 하는가에 더 가깝습니다. 모든 업무를 사람이 일일이 다시 확인한다면 AI를 도입한 의미가 줄어들고, 반대로 AI의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잘못된 판단이 결산 결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AI와 사람 중 하나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이 바뀌는 지점을 분명하게 정해두는 일입니다.
결산 업무를 하나씩 들여다보면 그 경계도 의외로 선명합니다. 정해진 규칙을 반복해서 적용하는 일은 AI가 처리하고 사람이 결과를 확인하면 되지만, 규칙만으로 답을 정하기 어려운 예외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필요한 자료를 AI가 모아줄 수는 있어도, 그 자료를 바탕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담당자가 결정해야 합니다. 회사의 회계 정책이나 판단 기준 자체를 새로 정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결산 업무를 판단의 성격에 따라 세 가지 등급으로 나눠 살펴봅니다. AI가 처리하고 사람이 확인하면 되는 일, AI가 자료를 모으고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 일, 그리고 회사 차원에서 기준을 정해야 하는 일을 구분해 보겠습니다. 여기에 AI의 결론을 사람이 제대로 검토하려면 어떤 근거와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하는지, 모델이 바뀌었을 때는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도 함께 살펴봅니다.
AI가 맡을 일과 사람이 판단할 일을 어떻게 나눌까요?
그렇다면 실제 결산에서는 어디까지 AI에게 맡기고, 어디서부터 사람이 봐야 할까요? 기준은 정해진 규칙대로 안전하게 반복 처리할 수 있는가입니다.
다만 이 기준을 모든 회사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AI’라는 말부터 범위가 워낙 넓은 것처럼, 회계 업무도 회사마다 정책과 전결 구조, 거래의 복잡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래의 3등급은 모든 회사가 따라야 할 정답이라기보다, AI와 사람이 일을 나눌 때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실무적 틀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1등급: 정해진 규칙대로 반복 처리하는 일
1등급은 이미 답을 정할 수 있는 규칙이 있고, 그 규칙을 반복해서 적용하면 되는 일입니다. 계약 내용이 달라지지 않는 상태에서 수수료를 계산하거나 금액을 합산하고, 거래 형태에 따라 분류하는 일처럼 사람이 매번 새로운 판단을 내릴 필요가 없는 업무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업무라면 AI가 거래를 분류하고 금액을 계산한 뒤, “이 거래와 이 거래를 합산한 결과입니다”라고 근거까지 보여줄 수 있습니다. 사람은 그 결과를 거래 원장이나 입금 내역과 대조해 맞는지 확인하고 승인하면 됩니다. 판단 자체를 AI에게 넘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이미 정해둔 판단 기준을 반복해서 적용하는 일을 AI에게 맡기는 셈입니다.
2등급: 규칙만으로 답을 정하기 어려운 일
2등급부터는 조금 달라집니다. 같은 정책을 적용하더라도 예외적인 상황이 생겨 기존 규칙만으로는 답을 정하기 어려운 경우이기 때문입니다. 거래 내역과 입금액이 맞지 않거나, 지금까지 없었던 유형의 환불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고객의 강한 클레임으로 환불이 발생했는데, 기존 환불 로직만으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다고 해보겠습니다. 이때 AI가 할 일은 환불 방법을 대신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담당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흩어져 있는 사실관계를 한데 모아주는 것에 가깝습니다.
주문이 언제 발생했고 언제 환불됐는지, 이미 정산과 입금까지 끝난 거래인지, 그렇다면 CS팀이 수기로 올린 지출결의는 언제 승인됐는지, 고객에게 실제로 돈이 지급된 시점은 언제인지 등을 연결해서 보여줄 수 있습니다. 담당자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이런 근거가 있으니 이렇게 처리한다”고 판단하고, 그 이유를 남긴 뒤 승인하거나 반려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가 증거를 모으는 일과, 그 증거를 바탕으로 회계 처리를 결정하는 일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2등급에서는 AI가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모아줄 수 있지만, 그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사람이 맡습니다.
3등급: 규칙 자체를 정해야 하는 일
3등급은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이번에는 정해진 규칙을 적용할 문제가 아니라 그 규칙 자체를 새로 정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계약이 변경됐거나 매출 인식·비용 처리 기준이 달라졌거나, 기존에 없던 새로운 유형의 거래가 등장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담당자가 기존 규칙을 찾아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회사가 먼저 “앞으로 이 거래는 이렇게 처리한다”고 결정해야 하고, 그 결정이 새로운 정책이나 기준이 됩니다. 그렇게 기준이 정해지고 나면 이후 거래는 다시 1등급이나 2등급의 업무로 내려와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세 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거래가 얼마나 크냐가 아니라, 그 거래에 새로운 판단이 필요한가에 더 가깝습니다. 이미 정해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되는 일인지, 기존 기준만으로는 답을 내리기 어려운 예외인지, 아니면 기준 자체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따라 AI와 사람의 역할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금액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금액은 등급을 나누는 기준과는 별개로, 사람의 확인 수준을 높이는 통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평소 1~2만 원짜리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에서 100만 원짜리 전표가 발생했다면 통상적인 거래 유형이라도 팀장 확인을 거치게 하고, 1억 원처럼 훨씬 큰 금액이라면 대표 승인까지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금액 때문에 1등급 업무가 2등급이나 3등급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업무라도 회사의 전결 기준에 따라 사람의 확인 절차를 더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증빙이 부족한 거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문 내역이나 입금 기록, 승인 문서처럼 판단에 필요한 근거가 빠져 있다면 AI가 어떻게든 결론을 내리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판단할 자료가 없다면 일단 멈추는 것 역시 결산의 중요한 판단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거래는 어느 등급에 억지로 넣기보다 ‘보류’ 상태로 두고 필요한 증빙부터 확보하는 것이 맞습니다.
결국 AI에게 어디까지 결산을 맡길 수 있는지는 하나의 기준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먼저 업무의 판단 성격에 따라 AI와 사람의 역할을 나누고, 그 위에 금액이나 전결 권한, 증빙 여부 같은 통제 기준을 더하는 방식입니다. 앞에서 나눈 세 등급 역시 모든 회사가 그대로 따라야 하는 정답이라기보다, AI에게 일을 맡길 때 어디까지 맡기고 어디서부터 사람이 봐야 할지를 정하기 위한 실무적인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CAQ, Auditing in the Age of Generative AI, 2024)
AI에게 맡긴 결산, 사람은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AI가 “이렇게 처리하면 됩니다”라고 결론을 내놓았다고 해서 결산 검토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때부터 사람이 확인해야 할 일이 생깁니다. 중요한 것은 AI가 왜 그런 결론을 내렸는지 사람이 다시 따라가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적어도 네 가지가 결과와 함께 남아 있어야 합니다.
어디서 가져온 자료인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실제 원본 자료와의 연결입니다. AI가 무엇을 근거로 판단했는지 알아야 하고, 필요하다면 사람이 그 원본까지 직접 찾아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은행 거래 내역이나 전자서명된 계약서, 마켓플레이스가 발행한 정산서처럼 출처가 분명한 자료라면 제안 옆에 원본으로 바로 연결되는 링크를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반대로 어디서 가져온 자료인지 확인할 수 없다면, 결론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검토할 방법이 없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처리했는지 보여줘야 합니다
두 번째는 적용한 정책입니다. 같은 거래라도 회사가 어떤 회계 정책을 정했는지에 따라 처리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AI가 단순히 “이렇게 처리하세요”라고 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떤 정책을 이 거래에 적용했는지까지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담당자도 “이 정책을 이 거래에 적용하는 것이 맞는가?”를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다시 계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재현할 수 있는 계산 과정입니다. 금액을 계산했다면 최종 숫자만 보여줘서는 부족합니다. 어떤 데이터를 가져왔고, 어떤 수식이나 계산 과정을 거쳐 이 결과가 나왔는지가 함께 남아 있어야 합니다. 사람이 원본 자료를 가지고 같은 계산을 다시 해봤을 때 같은 결과가 나와야 AI의 계산도 제대로 검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하거나 빠진 정보도 알려줘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외나 부족한 정보도 숨기지 않고 알려줘야 합니다. 결론과 다른 근거가 있거나, 특이한 거래가 섞여 있거나, 판단에 필요한 원본이 빠져 있다면 AI가 이를 분명하게 표시해야 합니다. 이런 정보가 빠진 채 결론만 제시되면 담당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AI의 제안을 그대로 승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네 가지가 필요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사람이 AI의 결론을 믿는 것이 아니라, 그 결론이 나온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은 회계 AI는 사용자가 매번 “근거를 보여줘”, “어떤 정책을 적용했어?”라고 다시 물어봐야 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처음부터 원본·정책·계산 과정·예외사항을 함께 보여주고, 사람이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스템에 가깝습니다.
제안·검토·확정 기록은 실제로 어떤 형태로 남기면 될까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AI의 결론을 사람이 다시 확인할 수 있으려면, 무엇을 제안했고, 사람이 무엇을 확인했으며, 최종적으로 누가 확정했는지가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이 과정을 ‘제안 → 검토 → 확정’의 세 단계로 나누면 가장 이해하기 쉽습니다.
제안할 당시의 자료를 그대로 남겨야 합니다
제안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AI가 그 순간 무엇을 보고 판단했는지를 그대로 남겨두는 것입니다. 원본 데이터가 나중에 수정되거나 새로운 데이터가 추가되더라도, 당시 AI가 참고한 데이터와 그 결과까지 함께 바뀌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야 몇 달 뒤 문제가 생겼을 때도 “그때는 어떤 자료를 보고 이런 제안을 했는가”를 그대로 되짚어볼 수 있습니다. 지금의 원본을 다시 찾아보는 것과, AI가 당시 실제로 어떤 자료를 보고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무엇을 확인했는지도 남겨야 합니다
검토 단계에서는 담당자가 AI의 제안을 어떻게 처리했는지가 기록으로 남습니다. 그대로 승인할 수도 있고, 다른 의견을 덧붙여 수정이나 추가 확인을 요청할 수도 있으며, 근거가 부족하다면 반려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승인’이라는 결과만 남기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AI의 결과를 실제로 확인했고, 어떤 판단을 했는지 그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특히 예외적인 거래에서 담당자가 남긴 의견은 이후 비슷한 사례를 처리할 때 참고할 수 있고, 반복해서 등장하는 판단이라면 나중에 회사의 규칙이나 AI의 처리 기준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확정 절차는 기존 전결 구조에 맞추면 됩니다
마지막 확정은 회사가 이미 운영하고 있는 전결 구조에 맞추면 됩니다. 1등급처럼 판단의 여지가 적은 업무라면 담당자가 검토와 확정을 한 번에 처리할 수도 있고, 회사에 따라 팀장이 한 번 더 확인한 뒤 확정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판단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검토자와 확정자를 분리하는 방식이 자연스럽습니다. 어떤 등급의 업무에 어느 정도의 승인 절차를 둘지는 회사의 내부통제와 전결 기준에 따라 정하면 됩니다.
결국 이 기록을 남기는 목적은 결재 단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AI가 무엇을 제안했고, 사람은 무엇을 확인했으며,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이 내려졌는지를 나중에도 다시 따라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이 기록이 쌓이면 단순히 과거 결산을 설명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예외와 담당자의 판단을 모아보면, 어떤 업무는 AI에게 더 맡겨도 되는지, 어떤 업무는 계속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지도 점점 선명해집니다. 결국 ‘제안 → 검토 → 확정’의 기록은 AI를 통제하기 위한 장치인 동시에, AI가 회사의 결산 방식을 조금씩 배워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AI 시스템도 ITGC 범위에 들어갈까요?
회계 숫자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AI가 사용된다면, AI 역시 일반적인 IT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적절한 통제와 관리가 필요합니다. 국제감사기준(ISA 315)에서도 재무보고에 사용되는 IT 환경과 관련 위험을 파악하고 필요한 통제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AI에서는 모델이 바뀌는 것 자체가 하나의 중요한 관리 대상이 됩니다. AI는 같은 자료를 넣더라도 모델 버전이나 설정이 달라지면 이전과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담당자를 바꿀 때 인수인계를 하고 초기 결과를 다시 확인하는 것과 비슷하게, AI 모델이 변경될 때도 기존 결과와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델이 바뀔 때마다 결산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검증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원본 자료와 적용 정책, 계산 과정, 그리고 ‘제안 → 검토 → 확정’의 기록이 남아 있다면, 모델이 달라진 뒤에도 어떤 근거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 AI 모델을 계속 고정해두는 것이 아니라, 모델이 바뀌더라도 결산 결과를 다시 검증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입니다.
이 역할을 재무팀이 모두 직접 맡을 필요도 없습니다. 모델 자체의 변경과 배포는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서 관리하더라도, 재무팀은 어떤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지,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이 변경 이후에도 지켜지는지를 확인하는 역할을 맡으면 됩니다.
결국 AI 결산에서 ITGC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AI의 내부 구조를 재무팀이 직접 관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AI가 바뀌더라도 결산 과정과 결과를 설명하고 검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AI는 회사의 방식을 닮아갑니다
이렇게 검증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나면, 사람이 남긴 판단은 단순한 결산 기록을 넘어 다음 결산의 기준이 됩니다. 승인과 수정, 반려와 그 이유가 쌓이면서 AI가 우리 회사가 실제로 어떤 판단을 해왔는지를 배워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AI가 일반적인 회계 지식을 알고 있다고 해서 회사의 고유한 사정까지 처음부터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특정 채널의 특정 항목을 우리 회사에서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같은 환불이라도 어떤 경우를 예외로 보는지처럼 회사 안에서 쌓여온 판단은 별도의 맥락이 필요합니다. 담당자가 “이 건은 이런 이유로 이렇게 처리합니다”라고 남긴 기록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판단이 반복해서 쌓이면 AI의 제안도 점점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과거에 사람이 어떤 근거로 승인했고, 어떤 경우에 수정하거나 반려했는지를 참고하면서 우리 회사가 실제로 판단해온 방식에 가까운 제안을 내놓게 되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그다음에 생깁니다. 처음에는 담당자가 매번 확인해야 했던 2등급 업무라도 비슷한 상황에서 사람이 계속 같은 판단을 내린다면, 그 판단을 회사의 공식 규칙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해당 업무는 1등급으로 내려와 AI가 반복 처리하고, 사람은 새로운 판단이 필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즉, 사람이 검토한 기록이 쌓일수록 AI에게 맡길 수 있는 업무의 범위도 넓어집니다. AI를 도입한다고 처음부터 모든 일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판단한 결과를 다시 다음 판단의 재료로 삼으면서 맡길 수 있는 일을 조금씩 늘려가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AI를 평가할 때도 단순히 오류율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AI의 제안과 사람의 결정이 달랐다면, 그 차이가 AI의 오류인지 아니면 AI가 아직 알지 못했던 회사의 판단 기준 때문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사람이 어떤 유형의 거래에서 반복해서 다른 결정을 내리는지를 보면 아직 규칙으로 정리되지 않은 회사의 기준을 찾을 수 있고, 그 기준은 다시 AI가 맡을 수 있는 업무를 넓히는 재료가 됩니다.
결국 좋은 회계 AI는 처음부터 모든 답을 맞히는 시스템이라기보다, 사람의 판단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다음 판단에 활용하면서 회사의 방식에 점점 가까워지는 시스템에 가깝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도 이미 확정된 거래를 표본으로 다시 확인하는 검토는 필요합니다. AI가 잘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사람이 맡아야 할 판단과 AI에게 넘길 수 있는 업무의 경계를 함께 조정해가는 것입니다.
AI를 제대로 쓰면 결산은 얼마나 빨라질까요?
실제로 AI를 활용하면 결산 업무에 투입되는 시간을 줄이면서 사람이 더 중요한 판단에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스탠퍼드와 MIT 연구진이 회계사 277명과 중소기업 79곳의 거래 기록 20만 건 이상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회계사들이 월 결산을 평균 7.5일 더 빨리 끝냈고 주당 맡을 수 있는 고객 수도 5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순 입력에 쓰던 시간의 8.5%가 고객 소통과 품질 확인 같은 업무로 이동했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Choi & Xie, Human + AI in Accounting: Early Evidence from the Field, Journal of Accounting Research, 2026)
이 결과에서 주목할 부분은 단순히 ‘AI가 일을 빨리한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반복적인 처리를 AI가 맡으면 사람은 예외를 확인하고 판단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고, 그 판단이 다시 AI가 맡을 수 있는 업무를 넓히는 기반이 됩니다. 앞에서 살펴본 3등급과 검토·기록 구조가 필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AI 결산의 핵심은 자동화보다 구조에 있습니다
결국 AI 결산의 핵심은 AI에게 얼마나 많은 일을 넘기느냐가 아닙니다. 무엇을 AI가 처리하고, 어디서 사람이 판단하며, 그 과정에서 무엇을 기록하고 검증할 것인지 정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포트원 클로즈도 이 구조를 실제 고객사의 결산 과정에 하나씩 적용하고 있습니다. 먼저 원본 추적은 이미 동작하고 있습니다. 마켓플레이스의 원본 파일과 API 응답을 수집해 정규화하고 대사한 뒤 리포트로 만드는 과정에서 각 단계의 변환 기록을 남기고 있어, 리포트의 한 줄에서 출발해 어떤 원본 데이터가 사용됐고 어떤 과정을 거쳐 결과가 만들어졌는지 다시 따라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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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과 2등급을 나누는 작업도 같은 방향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정해진 규칙과 허용 오차만으로 처리할 수 있는 거래는 자동으로 판정하고, 사람이 확인해야 하는 거래는 별도로 구분합니다. 자동으로 조정한 항목 역시 무엇을 어떻게 변경했는지 기록으로 남깁니다.
앞으로는 여기에 검토와 확정의 기록, 마감 시점의 데이터를 고정하는 기간 스냅샷, 정산 데이터를 회계 계정으로 옮기는 분개 변환 계층을 더해갈 예정입니다. 그래야 재무 AI가 단순히 결산 결과를 제안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회계 처리까지 이어지더라도, 무엇을 근거로 판단했는지, 누가 검토하고 확정했는지, 당시 어떤 데이터를 기준으로 했는지를 끝까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AI 결산은 사람의 역할을 없애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반복적인 작업은 AI에게 맡기고, 예외와 판단은 사람이 담당하며, 그 판단을 다시 다음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록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이런 구조가 갖춰졌을 때 AI는 결산을 대신하는 도구를 넘어, 결산을 더 빠르고 검증 가능하게 만드는 재무 인프라가 될 수 있습니다.
재무 업무에 AI를 어떤 순서로 도입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재무 마감 자동화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과 아직 사람이 맡아야 하는 일을 정리한 아티클도 함께 살펴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 (FAQ)
Q1. 결산 절차 중 어디부터 AI에 맡기는 것이 안전한가요?
정책과 처리 규칙이 이미 정해져 있고, 같은 기준을 반복해서 적용할 수 있는 업무부터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 내용이 바뀌지 않은 통상 거래의 수수료 계산이나 금액 합산, 거래 형태에 따른 분류 등이 대표적입니다. 반대로 정책이나 판단 기준 자체를 새로 정해야 하는 경우에는 AI가 처리하기보다 회사가 먼저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을 규칙으로 만들어 이후 거래에 적용하는 순서가 필요합니다.
Q2. 회계 AI가 낸 제안을 감사인에게 설명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AI가 어떤 결론을 냈는지만 보여주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판단에 사용한 원본 자료와 그 자료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경로, 적용한 회사 정책, 사람이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계산 과정, 그리고 누가 언제 검토하고 확정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결국 감사인이 확인하는 것은 AI의 결론 자체보다, 그 결론을 사람이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검토하고 받아들였는지이기 때문입니다.
Q3. 모델이 바뀌면 지난달 회계 처리도 다시 검증해야 하나요?
이미 확정된 회계 처리를 모두 다시 검증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모델을 변경하기 전, 과거에 확정된 거래 일부를 새 모델로 다시 처리해 기존 결과와 달라지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필요합니다. AI는 모델 버전이나 설정이 바뀌면 같은 자료에서도 다른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모델 변경 역시 일반적인 시스템 변경과 마찬가지로 관리하고 사전에 영향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때 재무팀은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고 회계 처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고, 모델의 테스트와 변경·배포는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서 담당하는 구조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Q4. 재무 마감 자동화를 도입하면 검토 인력을 줄일 수 있나요?
인력을 줄인다고 보기보다는 사람이 검토해야 하는 업무의 성격이 달라진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규칙에 따라 반복 처리되는 거래는 AI가 먼저 처리하고 사람은 결과를 대조·승인하는 방식으로 검토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사람은 예외적인 거래나 정책 판단이 필요한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검토 기록이 쌓이면 변화가 한 번 더 생깁니다. 2등급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던 거래가 비슷한 상황에서 계속 같은 판단으로 처리된다면, 이를 회사의 공식 규칙으로 정해 1등급 업무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결국 AI를 도입하는 목적은 사람의 검토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꼭 판단해야 하는 일에 시간을 쓰도록 만드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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