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판매 채널이 하나 늘어나면, 재무팀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사업 부서에는 기회가 하나 늘어난 것이지만, 재무팀에는 새로 들어오는 돈의 흐름을 처음부터 다시 해석해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어떤 항목이 비용이고 어떤 것이 매출인지 가려내고, 회사 마감 기준에 맞춰 변환한 뒤, 감사에 대비할 증빙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AX(AI 전환)를 검토하는 재무팀 앞에는 항상 같은 질문이 놓입니다. 바로 ‘인력을 몇 명을 줄일 수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정영주 포트원 대표는 이 질문 자체가 재무 AX를 오해하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지난 9월 2일 아주경제 [전문가 기고] 코너에 실린 글에서, 정 대표는 재무 AX의 진짜 가치가 ‘인력감축’이 아니라 기업이 더 많은 사업과 거래를 감당할 수 있는 ‘재무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정영주 대표의 기고문에서 강조한 재무 AX에 대한 주요 관점들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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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와 AX, 어떻게 다를까요?
‘자동화’와 ‘AX’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정영주 대표는 기고문에서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합니다. 자동화가 기존 업무 순서를 그대로 둔 채 몇 개 단계만 기계로 바꾸는 일이라면, AX는 업무 설계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짜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 차이는 질문의 출발점에서 갈립니다. 자동화는 "지금 하는 일 중 어느 부분을 기계에 맡길까"에서 시작하지만, AX는 "AI가 할 수 있다면 이 일을 애초에 어떻게 설계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재무 조직에서 AX를 검토할 때는 대개 다른 질문이 먼저 나옵니다. ‘인력감축’, 즉 몇 명을 줄일 수 있느냐는 질문입니다.
정 대표는 이 질문으로 시작하면 십중팔구 실망하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비용 절감이 당장의 손익을 개선하는 일이라면, 재무구조 변화는 기업이 앞으로 더 많은 사업과 거래를 감당할 기반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Gartner는 임베디드 AI를 갖춘 클라우드 ERP를 사용하는 재무 조직의 마감 속도가 2028년까지 30%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재무팀의 AX는 절감액이 아니라 이 후자의 투자에 속한다는 것이 정 대표의 진단입니다.
재무팀은 왜 사업이 성장할수록 사람이 남지 않을까요?
사업이 성장하면 재무팀에는 새로운 부담이 쌓이지만, 정작 그 부담을 감당할 사람은 오히려 팀에 남지 않는다고 정 대표는 지적합니다. 판매 채널이 늘고 요금 체계가 다양해지고 정산 파트너와 진출 국가가 늘어날 때마다, 재무 담당자는 새로 들어오는 데이터를 처음부터 해석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해석 작업 대부분이 엑셀 위에서 사람 손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문제를 키웁니다. 거래가 늘면 파일이 무거워지고 수식이 깨지면서, 한 번에 처리하던 일을 잘게 나눠 더 자주 반복하는 구조가 됩니다.
업무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일을 더 자주 반복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라고 정 대표는 설명합니다.
그 결과 인건비는 계속 늘어나는데 사람은 남지 않는 현상이 겹쳐서 나타납니다. 마감 기준과 예외 처리 방식이 문서가 아니라 담당자 머릿속에만 있다 보니, 그 사람이 떠나면 다음 사람이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 대표는 이렇게 조직에 경험이 축적되지 않으면, 사람을 계속 채용해도 팀의 처리 능력은 그만큼 올라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재무 AX, 재무팀의 역할을 어떻게 바꿀까요?
재무 AX는 재무팀을 성장을 심사하는 부서에서 성장을 지지하는 부서로 바꾸는 일이라고 정 대표는 말합니다. 이미 마감 업무만으로 한계까지 차 있는 팀에게 새로운 판매 채널이나 사업 모델은 순수한 추가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재무 조직이 신규 검토에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실제로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정 대표는 이를 재무팀이 보수적이어서가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떠안지 않으려는 합리적 판단이라고 짚습니다. 다만 그 판단에는 놓친 사업 기회와 늦어진 시장 진출이라는 비용이 따라붙습니다.
매출 규모가 같은 두 회사도 새로운 기회에 한 달 안에 대응하는 곳과 두 분기가 걸리는 곳으로 나뉘면, 오늘의 손익계산서는 비슷해도 3년 뒤 기업 가치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정 대표는 설명합니다.
재무 AX는 인원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인력으로도 늘어나는 사업과 업무를 감당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숫자를 맞추는 데 쓰던 시간이 수익성 분석과 정산 리스크 점검으로 옮겨가는 것입니다.
재무 AX, 100% 자동화가 위험한 이유
재무 영역에서 완전 자동화 자체를 목표로 삼는 접근은 위험합니다. 재무는 한 번의 오류로 신뢰를 잃을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잘 설계된 재무 AX의 목표는 100% 자동이 아니라, 맞는 것과 사람이 확인해야 할 것을 정확히 갈라주는 데 있다는 것이 정 대표의 설명입니다.
들여다봐야 할 5%를 정확히 짚어주는 편이, 100%를 시도하다 신뢰를 잃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고 정 대표는 말합니다. Gartner가 2022년 진행한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64%가 오류 없는 마감을 목표로 꼽았지만, 터치리스 마감을 목표로 삼은 기업은 55%에 그쳤습니다. 재무 마감에서는 속도나 자동화 범위보다 정확성이 우선순위로 꼽힌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사업 기회가 논의될 때, 우리 재무팀은 어떤 표정을 짓는가?'
그 표정이 반가움이 아니라 부담이라면, 이미 성장의 속도를 재무구조가 결정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정 대표는 말합니다. 재무 AX를 인력감축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 역량을 높이는 투자로 바라봐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기고문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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